연일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으나 내 마음은 밝다는 느낌이 좋은 아침입니다. 하루이틀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진 물오른 초목들이 귀엽습니다. 그 와중에 떨어질 줄 모르고 붙어있는 갈잎하나가 눈에 띕니다.

가을바람에 흩날리며 어디론가 날아가는 동무들을 바라보며 나는 떠나지 않으리라 꿋꿋이 이겨내고 북풍한설도 버텼지만, 물오른 나뭇가지 올라오는 새싹소리에 부르르 몸서리치는 모습을 봅니다.

아무리 몸부림 쳐봐도 이제는 떨어져야 합니다. 혹시 나무가 통째로 죽으면 조금은 더 버틸지 모르지만 그것은 더 슬픈 일이므로 포기해야 할 겁니다. 늦어도 4월 전에는 말입니다. 잔인한 계절 4월에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미 생명이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가지에 매달려서 버텨온 갈잎에게 4월은 지독히 잔인한 계절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제 아파도 떠나야 합니다. 더 버티면 나뭇가지는 삭정이가 됩니다.

삭정이가 버티면 모 목도 죽어 버릴 테고 결국 한그루의 나무는 영영 사라져 버릴 겁니다. 일찌감치 훌훌 떠나버린 동무들이 부러운 갈잎의 노랫소리가 귓가에 쟁쟁거리는 오솔길 따라 산에 오릅니다.

오늘은 2016년 3월 5일 입니다. 내가 보았던 6년 전 나뭇가지는 떨어지지 않겠다고 버티는 나뭇잎들을 그새 여섯 번이나 모질게 떨구어 냈지 싶습니다. 통나무가 되어 목재로써도 손색없을 만큼 컸습니다.

갈잎이 되어가는 내 인생도 적절한 시기에 미련 없이 훌훌 떨어져 나가는 축복이 있기를 성령님께 간구해 봅니다. 아직은 대한민국 역사 이래 가장 화려한 꽃을 피웠다는 가지 끝에 매달려 살아감이 행복합니다. 할렐루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