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14년 새해벽두에 나는 진한 감동을 받았다. 새해 첫날 송년예배와 영신예배에 동참했던 딸과 사위가 해돋이 등산하려는 우리와 광교산까지 동행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더 없이 기쁜 새해 첫날 이었다. 그런데 금상첨화로 사위가 예쁜 꽃무늬 봉투하나를 두손으로 공손하게 건네주었다.

 받자마자 내용물을 확인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작년 말의 끝 시간과 새해 첫날부터 우리와 함께 하느라 피곤할 자식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 보겠다며 그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들이 가고 나서 전에 딸이 살던 방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 딸이 놓고 간 피아노가 눈에 띄어 다가가 만져보았다. 만감이 교차한다. 문득 사위가 주고 간 봉투가 생각나서 꺼내어 뜯어보았다. 꽤 많은 숫자가 적힌 수표와 편지가 들어있다.

 편지를 펼쳐보니 손 글씨다. 정성어린 손길이 느껴졌다. 언제부턴가 인쇄된 글씨에 익숙해져서 손 편지를 언제 받아보았는지 기억조차 없다. 내용은 귀한 딸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것과 주님을 모르고 살던 제게 주님의 동행이 믿어지는 삶을 살도록 인도해 주셔서 고맙다했다.

 주님의 놀라운 역사에 콧등이 시큰해 진다. 내가 뭐 한 일이 있다고 이렇게 진한 감동을 주시나 싶어서이다. 가만히 피아노 뚜껑을 열고 가지런히 놓인 건반을 눌러본다. 딩동거리며 피아노 특유의 맑은 소리가 났다. 피아노에 문외한이어서 연주는 못하고 그저 아무 건반이나 딩동딩동 눌러본다.

 잘은 모르지만 그러나 뭔지 모르게 소리가 탁한 느낌이다.

 조율하지 않고 오래 방치되고 있구나 하는 선입견이 있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맑고 청아하던 옛날의 소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우리네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늘 새롭게 거듭나는 아름다운 삶을 살려면 삶에도 간간히 조율이 필요하겠구나 싶다.

 또 한편 겉보기에는 똑같아도 소리는 모두 다르다는 것에서 조물주의 참다운 뜻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직업이 같다고 해서 생긴 것이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을 것이라는 편협한 사고방식을 벗어나야 비로소 조화로운 삶을 살리라 싶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 살면서 나는 자식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제대로 터치하며 살고 있는지 의문을 가져본다. 자식들 내면의 참 모습과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그 소리의 특성을 살려 조화롭게 연주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 생각으로 나를 점검해 본다. 부족하다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아들과 딸 그리고 사위가 참 미쁘고 고맙다.

조만간 아들도 결혼을 한다. 예비 며느리는 요즘 젊은 처자 같지 않게 매우 적은 월급을 받고 살아가는 아들을 배우자로 선택해 주었다. 이유는 착실한 믿음의 사람이라서 라고 했다. 세상의 편협한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영혼은 아름답다. 그래서 난 아들이 선택한 예비 며느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로 한다.

 피아노가 소중한 까닭은 내면에 들어있는 똑같아 보이는 건반이지만 다른 소리가 나서인 것처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것 또한 그래서 조화롭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편협한 잣대가 주님 잣대로 바뀌는 것이 삶의 조율이 아닐까 묵상하며 새벽예배 다녀오는데 콧속으로 파고드는 쌀쌀한 공기가 상쾌하다. 할렐루야!!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