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3일 주일새벽 4시 55분에 선교제일교회 정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문에는 쪽지 하나가 붙어있었다. 12일 토요일 저녁에 전인치유사역이 있었기 때문에 주일이지만 새벽기도 없음의 내용이었다. 하릴없이 돌아서오며 나의 정보력 부족을 스스로에게 책망했다.

 2013년 12월 21일은 토요일이었다. 토요일은 새벽예배가 없다. 하지만 이번 토요일은 특별새벽기도의 끝 날이어서 이날은 새벽예배가 있었다. 토요일에 특별한 행사가 있었으니 이번에도 주일새벽기도가 없는 걸까? 심히 궁금했다. 새벽예배 끝내고 나오다가 어떤 권사님과 마주쳐서 내일 혹시 새벽예배 없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내일은 주일이고 주일이니 당연히 새벽부터 예배가 있다고 한다. 주일인데 뭘 그런 걸 물어 쯧쯧쯧 하는 억양이 들어간 말투의 핀잔을 잔뜩 들었던 것이다. 그 순간 왜 그런 걸 물어봤을까 싶어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2011년 10월 2일 주일에 처음으로 선교제일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으니 만 2년이 넘었으면서 아직도 교회사정에 나는 이토록 어두웠다. 2년 전에 선교제일교회로 예배처소를 옮기면서 빠른 적응을 하려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인치유 과정부터 양육반제자반 전 과정을 교회에서 주문 하는대로 일사천리로 마쳤다. 좀 더 적응하고 싶어 필리핀 단기선교에도 참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정보가 어둡다 싶으니 자신이 참 한심했다.

 2013년 11월 24일 주일 낮 예배 후 점심시간에 목사님이 2014년 셀 리더를 맡아주지 않겠느냐고 했다. 덥석 목사님께서 하라고 하면 그래야지요 하며 흔쾌히 답했다. 그 후 전혀 엉뚱한 인물이 셀 리더명단에 올라서 놀랐는지 꽤 여러 교우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감축 운운하는 교우의 말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안된 2013년 12월 22일 특별한 주일 낮 중식시간에 목사님께서 또 찾아 오셔서 셀 리더를 이번에 맡는 것은 어렵겠다고 했다. 순간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셀 리더를 맡으면 명칭을 무엇으로 정할까 고민했었기 때문에 그걸 물어 보려나 하다가 전혀 뜻밖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자존심이 고개를 쳐들려고 했다.

 꼬깃꼬깃 접혀서 마음한구석에 처박혀있던 몹쓸 자존심이 자존감을 헤집고 들썩 거리려고 했다. 순간 성령님의 강렬한 그러면서도 급박한 명령이 하달되었다. 잠잠 하라 결국 네게 좋을 것이다. 마음이 평온해졌다. 나이가 들어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가끔 남이 띠 띠워주는 대로 순종하곤 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니까 오히려 희열도 느껴졌다.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는 안도감에서다. 그런데 금방 또 마음 저변에 갈아 앉았던 자존심이 펴지려고 했다.

 이번에 셀 리더가 되지 못하는 이유로 목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집사가 교회 출석한지 오래지 않아서 아는 사람들이 적었다. 그래서 나의 셀 원이 되겠다는 성도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말은 도무지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마음속에서 속살거렸다. 교회를 옮기면서 난 내 의사와 별로 상관없이 처음부터 셀 구성원이 되었었다.

 셀 편성은 성도들의 성향을 파악하여 목사님이 결정하는 것이라고만 알았다. 왜냐하면 3번의 셀 편성 때 마다 내가 선택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한 리더에게만 쏠리더라도 목사님께서 알아서 강제로 편성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목사님께서도 또한 그 말씀을 강조하셨다.

그러므로 나는 다만 새로운 성도를 만났을 때 어떻게 천하보다 귀한 영혼을 섬길까에 골몰했었다. 그러나 이제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매우 다행스럽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이렇게도 나 자신이 형편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구나 싶어 주님께 부끄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하루가 지나가면서 처음의 희열이 마구 솟구쳐 오르면서 진실로 성령께 감사했다. 늘 감사하는 삶을 살지만 목에 걸렸던 껄끄럽던 가시가 시원하게 빠져버린 이런 느낌은 드물다. 새벽예배에 출석한지도 2013년 12월 23일 현재로 270일째이다. 수십 년을 새벽기도로 하루를 여는 축복받은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한 것만으로도 기쁨이 넘치는데 꾸준히 실천하도록 배려해주신 성령님의 은총이 놀랍다.

 하지만, 인간인지라 소소한 욕심들이 끝도 없이 새벽예배 시간마다 마음속에서 속삭인다. 하지만 내 욕심대로 이루어진 것은 별로 없다. 당연하다. 단언컨대 그러나 지나보면 늘 내 욕심대로 되지 않아 잘됐지 싶은 사연은 나날이 쌓여가고 있다. 이번의 해프닝도 성령께서 내게 주신 큰 축복이라 굳게 믿는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