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찌 매우 특별한 날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결론부터 밝히면 오호! 통재로다. 추첨에서 탈락했다. 461일째 새벽예배 드린 날 오전에 조합으로부터 탈락돼서 유감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에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속이 메스껍고 더부룩했다.

근무조가 바뀌면 신앙생활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사랑하는 큰 형님, 매부, 그리고 누님과 사별한 슬픔을 위로해 주려는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이라 믿었는데 황당했다. 나로 인해 2,999명이 혜택 받고 1,756명이 탈락되리라 믿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싶었다.

내 여생은 오로지 주님을 섬기며 새벽예배, 주일예배, 수요예배, 격주로 금요철야예배까지 열심히 예배드리며 살도록 주님께서 배려해 주셨다. 라는 믿음이 근본부터 흔들렸다. 간절하게 매달렸으니 보나마나 합격이라 믿고 축하파티를 준비하고 있다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었다.

매부와 사별하며 2014년을 슬픔으로 시작했다. 슬픔은 그러나 봄에 장성한 아들이 배필을 만나 며느리를 들이게 되면서 사별의 아픔을 잠시 잊었다. 주님의 축복에 감사했다. 이어서 큰 형님, 누님과의 사별이 있었다. 크나큰 슬픔을 “라”조 합격의 간절한 소망으로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늘 그렇긴 하지만 속 시원하게 이유라도 설명해 주시면 좋으련만 하나님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하긴 가만히 생각해보면 한 번도 직접 말을 하신 적은 없다. 다만, 가끔 주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는 느낌만 받았다. 이번에도 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에 불 같이 화가 치밀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나마 감사 일기는 멈추지 않았다는 거다. 아무리 절망의 순간이라도 살아 있는 한은 감사할 일이 꼭 있다. 아무튼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머릿속은 여전히 분주하고 꾸역꾸역 습관처럼 하던 일은 계속됐다. 새벽 4시 20분이면 기상해서 이것저것 끼적거리고 교회에 간다.

문 앞에서 물 한잔 마시고 예배당에 들어가 마음을 정리한다. 주문한 기도제목을 놓고 의무적인 기도를 하며 무릎 꿇는다. 목회자의 새벽 강론을 듣고 하루를 연다. 여름이 깊어간다. 여전히 하루하루 별별 사건사고로 얼룩지며 세월이 흐른다. 평범한 일상이 오늘도 이어진다.

문득, 엄청난 파고가 밀려와 내 삶을 송두리째 덮쳐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이 달라졌단 말인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음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주님의 것인데 있고 없음이 무엇인가? 로또 복권 에 당첨되지 않았다고 투정부리는 것 같은 내 꼴이 볼썽사납다.

그런 생각에 젖어서 묵상하는 중에 어디선가 “이런 무지한 노옴 ~ ”이라고 일갈하는 환청을 들었다. 그런 말 들어도 싸다고 생각하며 근본부터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예수님의 제자라면 도무지 해서는 안 될 행태들이 떠오르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부끄러움이 온 몸을 휘감아 돈다. 사나 죽으나 있으나 없으나 모두가 주님의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기껏 하찮은 일 더구나 평소와 달라질 것도 없는 상황에서 왜 화가 났을까? 결론은 스트레스가 절정을 이루니 사탄의 놀이터가 됐었구나 싶다.

오호!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