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14년 8월 28일 목요일 새벽이다. 울컥하고 올라오는 어떤 서러운 기분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머리맡에 놓인 스마트폰을 더듬어 시간을 확인하니 3시 20분이다. 알람이 울리려면 아직 1시간이 남았다. 새벽에 눈을 뜨려면 조금은 건조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오늘은 눈이 참 부드럽다. 울컥하며 눈물이 핑 도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생각한다.

도대체 왜 서러운 마음이 들었나 생각한다. 문득 오늘 이 시간은 일본의 북 알프스 어느 산장에서 긴 산행을 하다가 다음 산행을 위해 고단한 몸을 잠재우고 있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데 생각이 머물렀다. 얼마 전에 40년 지기 친구들 셋이 해외원정 산행을 한다며 ‘일본 북 알프스’를 가는데 내게도 함께 갈 것을 강권하다시피 했었다.

등산에 취미가 같은 친구들이다. 처음에는 국내 명산들을 두루 오르다가 제주도 울릉도 홍도하며 섬 산행을 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는 백두산을 반 바퀴 도는 트래킹을 시작으로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에 있는 산에 가끔 다녀오곤 했다. 넷이 함께 다녀온 산은 대만에 있는 옥산뿐이고 대개는 누군가는 꼭 빠져서 둘이나 셋이서 동행했다.

그럴 때마다 서로 아쉬워하며 다음에는 꼭 넷이 같이 가도록 하자며 다짐 했다. 그런데 올해는 출석을 꾸준히 잘하던 내가 빠진다고 하니까 다들 굉장히 아쉬워했다.

하지만 난 기어코 동행을 거절했다. 올해로 연세가 95세 되신 장모님께서 언제 하늘나라의 부름을 받으실지 모르는데 하필이면 며칠씩 해외에 나갔을 때 부르시면 참 곤란할 것 같다며 완곡히 거절했으나 사실은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서러운 마음에 울컥한 것은 그래서가 아닐까 싶다. 일본은 연락받고 몇 시간이면 귀국이 가능한 나라인 까닭이다.

나의 현재를 점검해 본다. 그렇게 까지 쪼들리는 삶은 아니다. 하지만 내 삶을 아침 형으로 바꾸고서 서서히 줄어드는 수입은 나에게 절제를 강요한다. 그것을 복구하려고 늦게까지 영업한 다음날은 초주검이 되어 새벽예배를 나가지 말라고 무언의 압력을 온몸이 행사한다. 어제 모처럼 새벽까지 일했다. 수입은 좋았으나 옛날의 악몽이 떠오른다.

밤새워 일하고 낮에는 낮 12시 되어가도록 퍼질러 자다가 꾸역꾸역 일 나간다. 휴무일에도 낮 12시 되어서야 일어난다. 그러나 곧 다시 침대에 눕는다. 피곤하다며 종일 뒹굴다 밤에 일어나 새벽녘까지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그러다 다시 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런 악습은 십년이 넘어가고 심신이 망가져 영혼의 타락으로 이어졌다. 끔직한 악몽이다.

그러다가 어느 야심한 밤에 대형 사고가 났다. 사고 경험이 그날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뭔가 특별한 경험은 했다. 대오각성하고 내 삶의 습관을 송두리째 바꿔보리라 했다. 어떻든 최선을 다하면 공중에 나는 새나 풀 한포기까지 입히고 먹이시는 하나님께서 책임져 주시리라하는 배짱으로 과감하게 아침 형 인간으로 바꾼 것이다. 악몽은 사라졌다.

하지만 서서히 조여 오는 경재적인 압박감은 아들, 딸 여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매부, 큰형님과의 사별에 이어 누님과의 사별까지 정신없이 이어졌다. 지인들의 애경사 연락을 받으면 기쁘거나 슬프기 보다는 경제적 부담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덕분에 우리 자식들 행사에 초청받고도 외면했던 몇몇 지인들의 아픈 마음을 공감하기는 했다.

가을이다. 내 인생도 가을이다. 추수가 한창일 때다. 가을은 뭐든지 가장 풍성하다. 그러므로 내 삶에서의 지금은 최상의 경제력이어야 하는데 싶어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결론짓는다. 결론을 짓고 나니 곧 평정심을 찾았다. 동행하지 않았던 것이 너무도 잘 됐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내게도 가을걷이 꺼리가 있다는 것인가?       오!! 할렐루야!!

백두산천지 트랙킹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