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7일 토요일 9시에 항아리 화장실 앞에서 출발해 광교산을 온전히 일주하고 7시간 걸려 원점으로 회귀하는 산행을 40년 지기 친구들 4명과 했다. 처음에 세웠던 계획을 수정하여 조금은 지름길을 택했으나 그래도 16km가 넘는 등산로였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광교산을 오르내리고 있다. 주로 혼자서 다니는데 대개는 집에서 출발해서 왕복 2시간쯤 걸리는 광교헬기장을 기본으로 정하고 있다. 당연히 심신의 건강을 위한 내 삶의 일부다. 가끔은 광교산을 길게 돌아 다슬기 화장실로 내려오거나 문암골 혹은 반딧불이 화장실 혹은 광교저수지 수변로로 해서 집으로 오는 긴 산행도 한다.

그럴 때 느끼는 상쾌함은 나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곤 했다. 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산을 찾기 시작한 것이 대략 15년쯤 됐지 싶다. 세상을 하직하고 싶다는 어리석음의 정점에서 나를 삶의 길로 인도한 성령님께서 조심스럽게 추천한 곳이 산이었다고 난 믿고 있다.

한창 열심히 산에 오르내릴 때는 근거리 원거리 합쳐 년 120회가 넘었던 적도 있다. 3일마다 휴무일인 내 직업의 특성상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산행을 했다는 결론이다. 그러다보니 습관화되어 매일 일기 쓰듯이 산에 오르내렸다. 덕분에 매우 양호한 정신적 육체적 건강 을 되찾았다.  

하지만 2014년인 올해는 뭐가 그렇게 할 일이 많았는지 드문드문 산에 오르다가 급기야 산에 안 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나의 몸은 선습관 보다 악습관에 훨씬 빠르게 적응한다는 사실을 오늘 실감나게 깨달았다. 오랜만에 긴 산행을 하니 어느 정도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했으나 그 정도가 심했다.

동행한 친구들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했다. 약간의 지름길 까지 택해 친구들을 몰아세우며 겨우 완주는 했다. 모든 일정이 끝난 조용한 새벽시간에 하루여정을 돌아보며 올해의 기록들을 점검하다가 깜짝 놀랐다. 오늘까지 겨우 26번 산을 찾았을 뿐이다.

그나마 근래에는 전혀 산을 찾지 앉았다. 8월 29일을 마지막으로 3개월 만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바쁘게 만들었을까?  이것저것 살펴보니 휴무일마다 일이 있기는 했다.  작년 말과 올해 매형과 큰형 누님과의 사별이 있었고 아들이 결혼을 했으며 딸이 외손녀를 낳았다. 그 와중에 해외여행도 했고 지인들의 애경사는 그 어떤 해보다도 많았지 싶다.

곰곰이 따져보니 한가하게 산이나 오르내릴 수 없었던 합당한 이유로 충분하지 싶다. 하지만 역시 핑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매년 말에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다사다난했던 어쩌고... 나도 이제 내년에 회갑이 되는 해를 맞는다.

세상에 태어나 어느덧 60년을 살고 있는 것이다. 돌아보건대 어느 해인들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었던가? 기왕에 정착했던 선습관 이었는데 육체적인 장애를 입은 것도 아니면서 악습관으로 바뀐 것은 그러므로 순전히 나의 나태함이 원인이다.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다가오는 새해에 실없는 늙은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 다시 선 습관을 되찾아야겠다.

이렇게 만천하에 나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은 기왕에 다짐한 결심이 또 흔들릴까 염려한 성령님께서 체면을 중시하는 내 속내를 알고 어쩔 수 없이 실천하게 하려는 인도하심이 아닐까 싶다. 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