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가운데 집 안에서 부모님을 뵙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터였는가.. 밖에서 끼니를 때우는 횟수가 집에서의 횟수보다 더 많아지기 시작한 것이..

오죽하면 아빠의 소원이 네 식구가 모두 모여 밥 한끼 먹는 것이 되어버렸을까? 그럴 때마다 죄송한 마음, 감출 길이 없다. 나와 혁이가 좀처럼 집에 있지 않은 저녁시간.. 엄마와 아빠, 두 분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걸까. 시간이 흐를수록 두 분의 모습, 딸을 미소짓게 만든다. ^^;

위의 사진은, 작년 말에 아빠가 엄마에게 선물하신 것을 내가 기념으로 찍어놓은 것이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건아닌 사건. ㅋㅋ

예쁘게 포장도 하시고, 편지까지 써놓으신 아빠의 센스.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 여보, 나 생전에 이렇게 당신한테 화장품선물 처음 해본다. 지금까지 고생만 시키고.. 미안하다. 다행히도 아이 둘이라도 건강하게 자라줘서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총이라 생각이 든다. 여보, 내년에는 공장이 좀 더 잘되라고 당신이 기도 많이 해줘. 나는 당신 건강하라고 하나님께 기도 많이 할게. 여보, 사랑한다."

솔직히 나 이 편지 보고 눈물이 살짝 핑그르르.. 했다.

엄마를 향한 아빠의 마음이 내 마음에도 전해졌고, 이런 것이 부부인가.. 라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요즘에도 두 분의 즐거운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두 분의 대화도 내 귀를 기쁘게 한다.

발렌타인 데이라고 예쁜 초콜렛을 사와 손수 포장을 하시고 리본까지 달아서 저녁식사 중이었던 아빠에게 불쑥 초콜렛을 내밀던 엄마. 난 뭐지? 500원짜리 초콜렛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ㅋㅋ 잠시 또 죄송;;

늘 내 곁에 계실 것만 같은 우리 부모님.

나만 한 살, 한 살 나이 먹는 것에 민감했는데 돌아보니 우리 부모님의 나이도 그만큼 늘어나 있었다.

큰 딸인 나는 부모님께 어떤 기쁨을 드렸었는가? 철없이 행동했던 것들이 새삼스레 생각나며 두 분의 퍼주는 사랑에서 예수님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지금의 행복한 우리 가정이 있기까지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돌봐주신 하나님의 사랑 또한 생각해 본다. 우리 가족은 4식구가 아니다. 아빠, 엄마, 나, 혁이.. 그리고 우리 집의 대빵. 하나님까지 모두 5식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