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샌디에고 Town & Country 호텔에서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가 주최한 UKC 2008 컨퍼런스 (US-Korea Conference on Science, Technology and Entrepreneurship)가 열렸다. 한국과 미국에서 약 1,000여명의 과학기술자들과 가족들이 참석한 큰 규모의 컨퍼런스였다. 이 컨퍼런스를 통해서 재미과학기술자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한국과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였다. 한국 정부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 참석하여 이 컴퍼런스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나는 재생에너지 분과에서 ‘연변의 바이오에너지 개발’이란 주제로 발표하였다. 이 연구는 작년에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KEEI)과 함께 연변지역의 바이오에너지 자원 (곡물, 축산 분뇨, 농산물 폐기물 등)을 조사하여 한국과 바이오에너지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조사 분석한 연구였다. 이 를 위해 연변자치주 농업위원회와 각 현,시의 농업국 책임자나 담당자를 찾아 다니며 자료를 얻고, 농민들을 만나보고 가동 중인 바이오가스 시설들을 둘러보았다. 이 조사를 통해 열악한 연변 농촌의 현실을 알게 되었고 많은 분들과 사귀는 계기가 되었다. 이 연구는 작년말에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올해 미국에 와서 재미과학기술자협회가 주최하는 컨퍼런스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작년에 한 연구를 발표할까 많이 망설였다. 그 이유는 재미과학기술자들이 한국이나 미국이 아닌 연변에 대해 관심이 있을까 하는 점과 영어로 발표할 만큼 나의 영어 실력이 탁월하지 못하다는 점,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긴장하면 혀가 뻣뻣해진다는 점이었다. 잘못하면 국제적인 망신만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재미과학자들에게 연변을 소개해서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면 연변의 농민들과, 연구를 위해 자료를 아낌없이 주시고 식사까지 대접해 준 연변 공무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일단 논문을 제출해 보기로 하였다. 결과를 그분의 뜻에 맡기고… 약 1달후 논문이 채택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마음 한 편으로 차라리 논문이 탈락되었으면 마음 고생을 안할 텐데 하는 후회도 했다. 그러나 마음을 추스리고 발표 원고를 작성한 후, Irvine Adult school 할머니 선생님께 원고 수정을 부탁했는데 아주 기꺼이 검토해 주셨고 바이오에너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여주셨다. 게다가 격려도 아끼지 않으셨다. 의례히 미국 선생님들은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수업 마지막 날 한 장의 편지를 주셨다. 그분이 어릴 때 열병으로 언어기능을 상실하여 어른이 되어서도 말을 잘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많이 회복되었지만 아직도 완전하지는 않다는 내용이었다. 왜 그런 편지를 주셨을까? 나에게 용기를 주려고? 아무튼 고마왔다.

수 차례 리허설한 대로 발표하여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나의 발표를 통하여 재미과학자들이 얼마나 재중동포들이 사는 연변에 관심을 가질지 미지수다. 그러나 연변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것만으로 감사드리고 재미과학기술자 분들이 연변과학기술대학의 사역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