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운영되는데 회의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회의가 없는 조직은 아마 없을 것이다. 회의는 조직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아이디어를 모으고 의견을 통합, 조정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러나 회의가 잘못 운영될 때, 팀원들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시간을 낭비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 학부에도 매주 수요일 오전에 학부 교수회의가 있다. 지난 학기에 한국에 갈 교환학생들을 선발하는 문제로 교수회의에서 교수들간의 이견이 있었다. 학부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한 학생을 교환학생으로 선발할 수 없다는 의견과 융통성을 발휘해서 그 학생을 교환학생으로 보내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서로 언성이 높아면서 분위기가 격해 졌다. 그러던 중에 평소에 말발이 센 한 교수가 “원칙을 세우게 된 과정과 역사도 모른 교수들이 규칙을 허물려고 한다”고 하는 바람에 다른 교수들은 제대로 발언하지도 못하고 그 교수의 주장대로 한 학생이 교환학생으로 가지 못하고 말았다. 그 교수보다 오래 계신 교수들이 많은데 ‘역사’ 운운하다니...

  나는 회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충분히 토론되면서 서로 만족하는 최선의 방안이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제약 등으로 자기주장이 강한 한 두 사람에 의해 안건들이 결정되는 과정을 보면서 은혜로우면서도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효과적인 회의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교수회의에 대한 규칙을 만들어야 겠다는 데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고, 그 규칙이 10 가지가 되어 ‘효과적이고 은혜로운 교수회의 십계명’이라고 명명하였다. 교수들이 안건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미리 서로 의견교환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메일에 의한 ‘온라인 토론’을 교수회의 십계명에서 제안하였다. 그리고 나서 학부 교수회의에 안건을 올려 우여곡절 끝에 만장일치로 통과하게 되었다.

  그래서 가을 학기부터 회의실 벽에 붙여놓고 교수들이 한 번 읽고 회의를 시작하기로 하였다. 교수들이 교수회의 십계명때문에 위축되어 발언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동안 남의 핀잔을 의식해 발언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면서 열띤 토론다운 토론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은 교수회의 십계명 내용이다.

<효과적이고 은혜로운 교수회의 십계명>

교수회의는 우리 생물화공학부 교수 공동체가 유지되는 기본이다. 따라서 우리는 활발한 토론을 통한 효과적이고 은혜로운 교수회의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규칙을 지킬 것을 다짐한다.

1. 교수회의에서 토론할 안건은 원칙적으로 최소 1주일 전에 ‘온라인 토론’에 올려 미리 상당히 의견 조정이 되도록 한다.

2. 교수들은 안건에 대한 지식과 의견을 가지고 회의에 참석한다.

3. 발언자는 사회자로부터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은 후 발언한다.

4. 발언자는 되도록 간단히 요약해서 발언한다.

5. 안건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한다.

6.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를 갖는다.

7.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는 언행을 절대 하지 않는다.

8. 소수의 의견도 존종한다.

9. 만장일치를 기대하지는 않지만, 의견을 조정하여 만장일치를 추구한다.

10. 회의 결정 사항은 존중하여 은혜롭게 수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