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비자금 - 

비자금 하면 정치인들이나 아니면 기업인들의

소관처럼 느껴진다.

2주 전에 은행에 갈 일이 있어서 통장을 찾다가

아내가 관리하는 농협  통장을 보았다.

지금까지 통장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한 번도 열어본 적이 없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보고 싶어서 살짝 열어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통장에 예금 잔고가 450만원이나

있는 것이 아닌가.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그동안 생존비만 주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모았을까?

또,

나는 지난 해 건축헌금 드린다고 주택부금 통장도 깨버리고

은행에서 빚을 내어 드리느라 이자를 내고 있는데

왜 전혀 모른체하고 있었을까?

어떻게 모았을까 생각을 하면 아내가 대견스럽기도하고

왜 모른체 하였을까 생각하면  아내가 섭섭하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감정이 나쁘지는 않다.

그래서 살며시  말을 붙여 보았다.

"통장에 비자금이 그렇게 많이 있던데 어떻게 모았어?"

"그걸 왜 봤어?"

"그런데 작년에 건축헌금할 때 나는 힘들고 어려운데 

 어떻게 그렇게 모른척을 할 수가 있어?"

분명한 답이 돌아왔다.

"내가 그렇게 안하면 아이들은 어떻게 해?

 기숙사비, 치아교정비용, 라식수술비, 학원비, 책값.....

 당신이 돈을 주기나 해?

 다 헌금해버리고 누구 갖다줘 버리면서.."

"그래도 주택부금통장을 깨고

 빚을 져서 이자를 내고 사는데 어떻게 모른체 할 수가 있어?"

겉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속으로는 감사했다.

아내는 전도사 시절 생존 자체가 버거울 때도  

고집스럽게 아이들을 피아노 학원에 보냈다.

진선이가  혼자 공부하다 힘들어서 고2때 과외 한 번만 시켜달라고 울 때

나는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내가 형제들에게서 돈을 모아 과외를 시킨 적도 있다.

치아가 엄마를 닮아서 교정이 필요했다.

나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데

그렇게 비자금을 모아서 아이들 치아교정을 다 해주었다.

그래서 그 통장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아내의 비자금 통장을 더 이상 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바램은 그 통장에 잔고가 늘었으면 좋겠다.

더 많이 싸여서 그 해택이 내게도...

아내와 그의 비자금 통장을 사랑하면서...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