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일인 금요일입니다. 새벽예배시간에 오늘 하고 싶은 일이 한가득 머릿속을 맴돕니다. 늘 하던 기도가 끝나자마자 오랜만에 산행을 길게 할까 싶어 어떻게 준비할까 궁리하는데 다른 생각이 났습니다.

외손녀 양육하며 힘들어하는 딸을 위해 산행을 짧게 하고 외손녀를 잠깐이나마 돌봐줄까 아니면 차라리 외손녀를 들쳐 업고 딸과 함께 등산을 해볼까 하는 것입니다. 딸에게 전화했더니 후자에 찬성한다며 좋아라합니다.

외손녀를 업고 광교헬기장까지 다녀왔습니다. 등에 업힌 9개월 된 손녀딸은 등에 얼굴을 기댄 채 새근거리며 잠을 잡니다. 그 감촉이 참 좋았습니다. 30여년의 세월 너머 내 등에 업혔던 딸에게서 느끼던 그 야릇한 촉감이 되 살아나서 그런지 산길을 오르내리며 힘들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도담도담 잘 자라고 있는 외손녀입니다. 딸을 집으로 데려와 쉬게 하고 잠깐 짬을 내어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오랜만에 등산해서 힘들었는지 소파에 기대어 쉬고 있던 제 엄마 곁에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놀던 손녀딸이 어느새 내 방에 기어와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봅니다.

글쓰기를 포기하고 나도 좀 쉬려고 거실 바닥에 누웠더니 내 배위를 기어서 오르락내리락 하며 히죽거립니다.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딸이 손녀딸 눈에 졸음이 왔다며 이불을 깔아줍니다. 그러자마자 이불을 돌돌 감더니 엎어져서 그대로 새근거리며 잠을 잡니다.

살그머니 일어나 쓰던 글을 마무리 했습니다. 책상 앞을 떠나려는데 조 집사님과 만나려했던 생각이 났습니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교회출석을 안한다는 소식을 풍문으로 들었기에 한번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오늘이 딱 좋은 기회가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 손녀딸이 자는 동안에 전화연락을 했더니 갑자기 연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 주셨습니다. 딸을 제 집에 데려다주고 집사님부부와 셋이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짐작했던 아픔이 느껴져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는 세상의 잣대로 본다면 기왕에 인정받았던 신분이므로 기회가 있을 때 우선하여 배려해 줬다면 좋았을 텐데 싶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봐야 1년도 안되어 은퇴하는 상황인데 왜 그렇게 각박했을까 싶었습니다.

하나님의 잣대는 오묘합니다. 그러므로 그 이유를 나는 감히 짐작도 못합니다. 나중에 주님의 참 사랑이 있으리라고 집사님께 말씀 드렸습니다. 셀 가족으로 2년을 함께했던 소중한 분이라서 가슴이 아렸습니다. 2015년 7월 18일 금요일 철야예배를 끝으로 그렇게 내게 주어졌던 또 하루가 흘렀습니다. 할렐루야!!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