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참 빠릅니다. 새봄을 노래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여름이 가고 가을이라는 말도 사라져버린 12월입니다. 언제나처럼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던 올해의 일들을 조용히 음미해 봅니다. 올해도 여전히 세상이 정해놓은 잣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나를 발견합니다.

나는 늘 세상의 잣대에 우롱 당하며 살아갑니다.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알지 못합니다. 내게 주어진 능력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그저 남에게 의지하고픈 욕망만이 그득한 삶이었던 과거를 아직도 청산하지 못하고 삽니다. 주님 곁으로 가기 전까지는 청산이 돼야 할 텐데...

내가 의지할 대상은 세상에 없습니다. 일가친척이나 지인들 어디를 둘러보아도 내가 돌봐야할 대상은 있을지언정 나를 보살펴 줄 거라고 믿어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딱하게도 내게는 그렇습니다. 오로지 하나님 한 분 만이 유일무이한 나의 의지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대가없이 거저 놀라운 물질을 부어주거나 권력을 갖게 하거나 명예를 높여주면 좋겠는데 전혀 그럴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반면에 잡신의 세계는 대가없이 거저 주어지는 것들이 있어 보였습니다. 놀라운 능력, 기적, 이적, 등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 수두룩해 보였습니다.

거지처럼 그 동네를 기웃기웃 해 본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수렁도 그런 수렁이 없구나 싶었습니다. 그 대가는 혹독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천하보다 귀하다고 평가해 준 영혼까지 철저하게 망가져도 빠져나오기 어려운 참으로 무서운 세계였습니다.

나는 내가 나를 도무지 믿기 어려운 존재라고 깨닫기 까지 45년이 걸렸습니다. 나 스스로에게 많은 배신감을 느끼며 살았던 기나긴 세월의 터널을 지나며 나는 항상 행복한척 했습니다. 이웃이 아파하면 겉으로는 위로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기뻐하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절대 권력을 자랑하던 대통령들이 난도질당하고 절대 금력을 자랑하던 재벌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꼬락서니를 드러내고 명예의 절정에 있던 인기연예인이 추락하는 소식은 내 인생 45년 세월에 녹아있는 복음이었습니다. 한 줄기 삶의 빛이었고 소망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엉터리 복음으로부터는 해방 되었습니다. 이제는 이웃의 아픔이 내게 더는 즐거움이 아닙니다. 망가지는 이웃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내면의 아픔이 서서히 치유됨을 경험하며 감사함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됐습니다.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매일의 삶을 기록하며 살아온 세월도 어느덧 15년이 흘렀습니다. 소소한 일상이야 말로 주님의 은혜라 믿습니다. 대가없이 거저 주어진 모든 것의 실체를 봅니다. 보통사람의 삶이 가장 큰 행복이라 여기며 하나님 은혜에 오늘도 감사를 드립니다. 할렐루야!!